무하유 신동호 대표
길을 걸을 때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내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 순간 목적지로 향하는 이유를 곱씹고 주변을 찬찬히 살피며 걷는 사람이 있다. 무하유를 자연어를 이해하는 AI기술기업으로 굳건한 반석 위에 올린 신동호 대표는 스스로 엔지니어 출신 CEO라는 걸 전제했다. 그래서 경영에 서툴고 속도가 더디다고.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았다. 신 대표는 서툰 게 아니라 신중하며, 더딘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는 AI를 구현하기 위한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걸. 한 걸음씩 단단하게 내딛는 그의 경영의 길을 따라가보자.
무하유는 최근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신동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챗GPT 덕분이기도, 챗GPT 탓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챗GPT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실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무하유의 표절 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챗GPT가 작성한 콘텐츠를 탐지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 무하유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 자연어 분석 기술, 문맥 정보 분석 기술, 블라인드 마스킹 기술 등을 보유하고 인간의 서류 검토 자동화 분야에서 꾸준히 노하우를 쌓았다. 신 대표는 지금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표절 검사는 논문 중심의 니치 마켓에 국한돼 있었어요. 대중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런데 챗GPT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앞으로 온전히 대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일 수 있는 반면에, 글로벌 오픈AI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경영의 방향타를 돌리려고 합니다.”
자연어 이해를 바탕으로
표절 검사에서 AI 채용 서비스까지
신 대표는 자연어 처리 기술 분야에서 15년여간 직장생활 끝에 2011년 무하유를 창업했다. 무하유가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카피킬러를 서비스하면서부터다. 당시 턴잇인(Turnitin)이라는 세계적인 표절 검사 서비스가 있었으나, 국내 로컬 단위까지 파고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신 대표는 판단했다.
이후 대학교, 기업, 연구기관, 관공서 같은 단체를 위한 ‘카피킬러 캠퍼스’, 중·고등학생과 교사를 위한 ‘카피킬러 스쿨’, AI 기반 문항 유사도를 검사하는 ‘카피킬러 아이템플’, 공모전의 공정한 선정을 위한 ‘카피킬러 콘테스트’, 개인 사용자를 위한 유·무료 표절검사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분화해 니치 마켓을 정확히 공략했다.
그 결과 출시 13년 차인 올해 카피킬러는 999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2억5,000만 건 이상의 문서 데이터를 보유했으며, 100억 건의 인터넷 공개 콘텐츠와 비교 검사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또 국내 시장 점유 1위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해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 중이다.
무하유는 최근 인사관리(HR)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과 국내 유일의 면접 특화 영상·음성·내용분석 서비스 ‘몬스터’, 블라인드 채용에 최적인 ‘블라인드체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즘은 문맥에 따른 내용 이해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 지원서를 탐지하거나 블라인드 채용에서 금지하는 인적 사항 등을 탐지하고,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 내용과 자기소개서 내용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점수화한다. 몬스터는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로, 시선을 추적하거나 표정을 분석하는 비언어 평가를 뛰어넘어 응시자의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답변을 평가한다. 면접이 끝나면 인사 담당자에게 결과지와 평가지를 제공하므로 AI 면접 응시자가 탈락 사유를 문의하는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다.
무하유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챗GPT 관련 대응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수립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우선 텍스트 자체를 분석해 인간이 생성한 것인지, 챗GPT가 생성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 대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단계는 무의미해질 거라고 말한다. 텍스트 생성 분석에 이어서 챗GPT로 작성한 내용을 팩트 체크하듯이 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카피킬러가 인용 누락 등 표절을 수치화해 보여준다면, 새로운 프로세스는 연구소나 정부기관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의 웹 문서에 있는지 그 출처를 대조해 챗GPT가 작성한 텍스트가 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Small Talk
사무실에 화분이 많고, 심지어 야외 테라스에 텃밭이 있다.
식물 키우는 걸 워낙 좋아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웃음). 야외 텃밭은 창립 기념일을 기념해 가꾸기 시작한 무하농장이다. 해마다 봄에 직원들로부터 키우고 싶은 작물을 신청받아 분양한다. 어떤 직원은 작물을 키우는 과정을 동사무소(사내업무 시스템)에 올리기도 한다.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도록
‘인공’보다 ‘지능’에 집중하다
무하유가 이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기까지 그 바탕에는 신 대표만의 독특한 개발철학이 깔려 있다. 신 대표는 “우리의 AI 서비스는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지는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인공(artifi cial)과 지능(intelligence)을 구분하고 인공보다 지능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 인공이 기술 측면이라면, 지능은 서비스의 방향과 근본을 파고드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인사관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어떤 최신 기술로 개발할지를 고민하기 보다 ‘도대체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는 건 무엇일까?’,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야 할까?’ 같은 기본 문제에 천착했다. 또한 ‘뛰어난 면접위원은 어떤 특징이 있길래 면접을 잘 보는 것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그 연장선에서 국문학을 비롯해 문헌정보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문과 출신 언어 및 인사 전문가들이 서비스 개발에 함께했다. 이들이 수천 개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좋은 직원이란 어떤 직원인가, 합리적인 평가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며 가이드를 만들었고, 이를 구현하는 데 엔지니어들이 투입됐다. 자체 개발한 프리즘과 몬스터가 지원자별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적확하면서도 심층적인 면접 예상 질문을 생성하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철학적 고찰과 질문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AI를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고 접근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른바 AI 빙하기를 거치면서 AI는 왜 발전이 더딜까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어쩌면 엔지니어들이 기술적으로만 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는 것. 신 대표가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철학에 천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척박한 국내 시장에서 무하유가 현재까지 건재하게 자리 잡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철학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스타트업에
‘효율’은 곧 생존이다
무하유는 현재 직원 80명 규모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직원이 늘면서 가장 강조한 가치로 ‘효율’을 꼽았다. 스스로 효율 지상주의자라고도 얘기했다. 실제 무하유는 조직 체계, 업무 방식, 호칭까지 모두 효율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업무 메일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하나요? 인사말을 건네고 직책이 정확한지 신경 쓰며 호칭을 부르고, 때로는 날씨를 이야기하고, 그러고도 한참 후에 본론을 꺼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업무 이야기를 끝내면 반드시 ‘감사합니다’를 붙이죠. 저는 이런 게 아주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호칭도 마찬가지입니다. 직급에 따라 혹은 나이를 고려해 부르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하유는 2016년부터 전체 직원을 ‘프로’로 통일해 부르다가 최근엔 그마저도 ‘이름+님’으로 바꾸었다. 같은 이유로 사내에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말은 금칙어다. 회식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시거나 두 손으로 술을 주고받는 것도 금한다. 이 같은 말과 행동의 본질이 예의나 상호 존중이 아니라 관행이나 관례를 비판 없이 따르는 데 있으며 조직의 효율을 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그것이 조직의 효율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무엇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스타트업에서 효율은 비용을 줄이는 길이자 경쟁력이며 곧 생존 문제입니다.”
2년 전부터 시행 중인 위키 방식의 업무 스타일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위키는 협업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구현할 사내 위키 엔진을 만들어 운용 중이다. 이른바 ‘동사무소’다. 게시판 방식과 위키 방식을 결합한 업무 시스템으로, 누구나 작성하고 언제나 몇 번이라도 수정할 수 있다. 회사의 성장과 관련한 기록을 연표 형식으로 작성해놓은 ‘무하유 등정의 발자취’,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수정할 수 있는 ‘회의록’, 업무 수행 및 인수인계를 문서로 체계화한 ‘업무 매뉴얼’, 업무 중에 겪은 이슈와 해결책을 공유하는 ‘트러블슈팅’, 기술 자료와 직원 정보, 회사 관련 용어, 사내 에티켓 등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료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무하유인을 위한 정보를 모아놓았다.
신 대표는 기업 성장을 위한 효율성과 방향성 측면에서 위키 방식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수정사항이 생길 때마다 결재받아 수정하는 기존 시스템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변할 수밖에 없는 문서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누구나 가장 최신의 상태로 문서를 업데이트하도록 해 회사의 성장과 문서 버전을 일치시킬 수 있는 게 위키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CEO로서 진심으로 구현하고 싶은 것은 ‘질문하는 문화’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타운홀 미팅과 같이 어떤 사안에 대해 격의 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문화를 사내에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는 것. 위키 방식은 이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그간 견고해 보이던 수많은 틀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끝이 어디일지는 아직 어느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요즘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낸다는 신 대표의 고민도 그 어느 즈음에 있다. 챗GPT가 AI 무대를 제대로 열 것 같은데, 그 무대에 올라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려면 체급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받아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할 테고…. 이래저래 고민 중입니다. 다만 무하유라는 회사는 서류 검토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라는 것, 그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하겠다는 비전과 미션이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Small Talk
위키 방식의 업무 시스템을 왜 동사무소로 명명했나.
무하유는 장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따왔다. 사람이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 곧 세상의 번거로움이 없는 허무자연의 낙토라는 의미다. 업무시스템은 무하유인을 위한 정보가 모여 있는 곳, 즉 마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아 동사무소로 명명했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라고 하더라.(웃음)
호칭이나 위키 방식의 업무스타일이 수평적인 문화와 일맥상통하나.
수평적인 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하고, 보고받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호칭이나 위키 방식의 업무 스타일은 효율을 위한 선택이다.
기사 원문 > https://nara.kosmes.or.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85&aid=7287
무하유 신동호 대표
길을 걸을 때 오로지 목적지를 향해 빠르게 내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매 순간 목적지로 향하는 이유를 곱씹고 주변을 찬찬히 살피며 걷는 사람이 있다. 무하유를 자연어를 이해하는 AI기술기업으로 굳건한 반석 위에 올린 신동호 대표는 스스로 엔지니어 출신 CEO라는 걸 전제했다. 그래서 경영에 서툴고 속도가 더디다고. 그런데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았다. 신 대표는 서툰 게 아니라 신중하며, 더딘 게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며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는 AI를 구현하기 위한 방향을 찾아가는 중이라는 걸. 한 걸음씩 단단하게 내딛는 그의 경영의 길을 따라가보자.
무하유는 최근 가장 핫한 기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신동호 대표의 말을 빌리면 챗GPT 덕분이기도, 챗GPT 탓이기도 하다. 생성형 AI 챗GPT가 그야말로 무지막지하게 실력을 발휘하게 되면서 무하유의 표절 검사 서비스 ‘카피킬러’로 챗GPT가 작성한 콘텐츠를 탐지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 무하유는 빅데이터 처리 기술, 자연어 분석 기술, 문맥 정보 분석 기술, 블라인드 마스킹 기술 등을 보유하고 인간의 서류 검토 자동화 분야에서 꾸준히 노하우를 쌓았다. 신 대표는 지금 상황이 기회가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제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 표절 검사는 논문 중심의 니치 마켓에 국한돼 있었어요. 대중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는 거죠. 그런데 챗GPT의 등장으로 순식간에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앞으로 온전히 대중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일 수 있는 반면에, 글로벌 오픈AI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기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경영의 방향타를 돌리려고 합니다.”
자연어 이해를 바탕으로
표절 검사에서 AI 채용 서비스까지
신 대표는 자연어 처리 기술 분야에서 15년여간 직장생활 끝에 2011년 무하유를 창업했다. 무하유가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카피킬러를 서비스하면서부터다. 당시 턴잇인(Turnitin)이라는 세계적인 표절 검사 서비스가 있었으나, 국내 로컬 단위까지 파고들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신 대표는 판단했다.
이후 대학교, 기업, 연구기관, 관공서 같은 단체를 위한 ‘카피킬러 캠퍼스’, 중·고등학생과 교사를 위한 ‘카피킬러 스쿨’, AI 기반 문항 유사도를 검사하는 ‘카피킬러 아이템플’, 공모전의 공정한 선정을 위한 ‘카피킬러 콘테스트’, 개인 사용자를 위한 유·무료 표절검사 서비스 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세분화해 니치 마켓을 정확히 공략했다.
그 결과 출시 13년 차인 올해 카피킬러는 999만 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2억5,000만 건 이상의 문서 데이터를 보유했으며, 100억 건의 인터넷 공개 콘텐츠와 비교 검사하는 서비스로 성장했다. 또 국내 시장 점유 1위를 기반으로 일본, 중국 등에 진출해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 중이다.
무하유는 최근 인사관리(HR)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자기소개서 평가 서비스 ‘프리즘’과 국내 유일의 면접 특화 영상·음성·내용분석 서비스 ‘몬스터’, 블라인드 채용에 최적인 ‘블라인드체커’ 등을 운영하고 있다. 프리즘은 문맥에 따른 내용 이해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기업 지원서를 탐지하거나 블라인드 채용에서 금지하는 인적 사항 등을 탐지하고, 지원자가 지원한 직무 내용과 자기소개서 내용이 얼마나 부합하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해 점수화한다. 몬스터는 대화형 AI 면접 서비스로, 시선을 추적하거나 표정을 분석하는 비언어 평가를 뛰어넘어 응시자의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질문을 만들고 이에 대한 답변을 평가한다. 면접이 끝나면 인사 담당자에게 결과지와 평가지를 제공하므로 AI 면접 응시자가 탈락 사유를 문의하는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다.
무하유는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현재 챗GPT 관련 대응 프로세스를 단계별로 수립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우선 텍스트 자체를 분석해 인간이 생성한 것인지, 챗GPT가 생성한 것인지를 판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 대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단계는 무의미해질 거라고 말한다. 텍스트 생성 분석에 이어서 챗GPT로 작성한 내용을 팩트 체크하듯이 유효성을 평가하는 단계다. 카피킬러가 인용 누락 등 표절을 수치화해 보여준다면, 새로운 프로세스는 연구소나 정부기관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의 웹 문서에 있는지 그 출처를 대조해 챗GPT가 작성한 텍스트가 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Small Talk
사무실에 화분이 많고, 심지어 야외 테라스에 텃밭이 있다.
식물 키우는 걸 워낙 좋아해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웃음). 야외 텃밭은 창립 기념일을 기념해 가꾸기 시작한 무하농장이다. 해마다 봄에 직원들로부터 키우고 싶은 작물을 신청받아 분양한다. 어떤 직원은 작물을 키우는 과정을 동사무소(사내업무 시스템)에 올리기도 한다.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도록
‘인공’보다 ‘지능’에 집중하다
무하유가 이 같은 서비스를 구현하기까지 그 바탕에는 신 대표만의 독특한 개발철학이 깔려 있다. 신 대표는 “우리의 AI 서비스는 사람의 방식과 차이가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이를 어떤 기술로 구현할지는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인공(artifi cial)과 지능(intelligence)을 구분하고 인공보다 지능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는 것. 인공이 기술 측면이라면, 지능은 서비스의 방향과 근본을 파고드는 것이다.
신 대표는 인사관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할 때 어떤 최신 기술로 개발할지를 고민하기 보다 ‘도대체 자기소개서를 평가한다는 건 무엇일까?’, ‘어떤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해야 할까?’ 같은 기본 문제에 천착했다. 또한 ‘뛰어난 면접위원은 어떤 특징이 있길래 면접을 잘 보는 것일까?’를 먼저 생각했다. 그 연장선에서 국문학을 비롯해 문헌정보학, 심리학 등을 전공한 문과 출신 언어 및 인사 전문가들이 서비스 개발에 함께했다. 이들이 수천 개의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좋은 직원이란 어떤 직원인가, 합리적인 평가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며 가이드를 만들었고, 이를 구현하는 데 엔지니어들이 투입됐다. 자체 개발한 프리즘과 몬스터가 지원자별 자기소개서를 기반으로 적확하면서도 심층적인 면접 예상 질문을 생성하고 이에 대한 답변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이 같은 철학적 고찰과 질문이 선행됐기 때문이다.
신 대표가 AI를 철학적 관점에서 사유하고 접근한 지는 이미 오래됐다. 이른바 AI 빙하기를 거치면서 AI는 왜 발전이 더딜까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어쩌면 엔지니어들이 기술적으로만 풀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는 것. 신 대표가 대학원에서 인지과학을 공부하고 철학에 천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그리고 척박한 국내 시장에서 무하유가 현재까지 건재하게 자리 잡고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된 것도 이 같은 철학이 뒷받침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스타트업에
‘효율’은 곧 생존이다
무하유는 현재 직원 80명 규모의 건실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 대표는 직원이 늘면서 가장 강조한 가치로 ‘효율’을 꼽았다. 스스로 효율 지상주의자라고도 얘기했다. 실제 무하유는 조직 체계, 업무 방식, 호칭까지 모두 효율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업무 메일을 쓸 때 어떻게 시작하나요? 인사말을 건네고 직책이 정확한지 신경 쓰며 호칭을 부르고, 때로는 날씨를 이야기하고, 그러고도 한참 후에 본론을 꺼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업무 이야기를 끝내면 반드시 ‘감사합니다’를 붙이죠. 저는 이런 게 아주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호칭도 마찬가지입니다. 직급에 따라 혹은 나이를 고려해 부르는 게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하유는 2016년부터 전체 직원을 ‘프로’로 통일해 부르다가 최근엔 그마저도 ‘이름+님’으로 바꾸었다. 같은 이유로 사내에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같은 말은 금칙어다. 회식 자리에서 고개를 돌리고 술을 마시거나 두 손으로 술을 주고받는 것도 금한다. 이 같은 말과 행동의 본질이 예의나 상호 존중이 아니라 관행이나 관례를 비판 없이 따르는 데 있으며 조직의 효율을 해친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사소한 말과 행동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그것이 조직의 효율을 깨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트업이 무엇으로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습니까. 스타트업에서 효율은 비용을 줄이는 길이자 경쟁력이며 곧 생존 문제입니다.”
2년 전부터 시행 중인 위키 방식의 업무 스타일도 같은 연장선에 있다. 위키는 협업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으로, 이를 구현할 사내 위키 엔진을 만들어 운용 중이다. 이른바 ‘동사무소’다. 게시판 방식과 위키 방식을 결합한 업무 시스템으로, 누구나 작성하고 언제나 몇 번이라도 수정할 수 있다. 회사의 성장과 관련한 기록을 연표 형식으로 작성해놓은 ‘무하유 등정의 발자취’,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수정할 수 있는 ‘회의록’, 업무 수행 및 인수인계를 문서로 체계화한 ‘업무 매뉴얼’, 업무 중에 겪은 이슈와 해결책을 공유하는 ‘트러블슈팅’, 기술 자료와 직원 정보, 회사 관련 용어, 사내 에티켓 등의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료실’ 같은 카테고리 안에 무하유인을 위한 정보를 모아놓았다.
신 대표는 기업 성장을 위한 효율성과 방향성 측면에서 위키 방식을 채택했다고 강조했다.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수정사항이 생길 때마다 결재받아 수정하는 기존 시스템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변할 수밖에 없는 문서 내용을 업데이트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 누구나 가장 최신의 상태로 문서를 업데이트하도록 해 회사의 성장과 문서 버전을 일치시킬 수 있는 게 위키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CEO로서 진심으로 구현하고 싶은 것은 ‘질문하는 문화’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 타운홀 미팅과 같이 어떤 사안에 대해 격의 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문화를 사내에 그대로 구현하고 싶다는 것. 위키 방식은 이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고 믿고 있다.
챗GPT의 등장으로 그간 견고해 보이던 수많은 틀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 변화의 끝이 어디일지는 아직 어느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요즘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낸다는 신 대표의 고민도 그 어느 즈음에 있다. 챗GPT가 AI 무대를 제대로 열 것 같은데, 그 무대에 올라가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
“무대에 오르려면 체급을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투자받아 회사 규모를 키워야 할 테고…. 이래저래 고민 중입니다. 다만 무하유라는 회사는 서류 검토 자동화 솔루션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회사라는 것, 그 기술로 사람을 이롭게 하겠다는 비전과 미션이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Small Talk
위키 방식의 업무 시스템을 왜 동사무소로 명명했나.
무하유는 장자의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따왔다. 사람이 손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세계, 곧 세상의 번거로움이 없는 허무자연의 낙토라는 의미다. 업무시스템은 무하유인을 위한 정보가 모여 있는 곳, 즉 마을의 중심이라는 의미를 담아 동사무소로 명명했다. 요즘은 행정복지센터라고 하더라.(웃음)
호칭이나 위키 방식의 업무스타일이 수평적인 문화와 일맥상통하나.
수평적인 문화라고 할 수는 없다. 나는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는 위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고 지시하고, 보고받는 게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호칭이나 위키 방식의 업무 스타일은 효율을 위한 선택이다.
기사 원문 > https://nara.kosmes.or.kr/newshome/mtnmain.php?mtnkey=articleview&mkey=scatelist&mkey2=85&aid=7287